자본주의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구조적 한계
경제학의 나이를 따져 본다면 250년 쯤 된다. 1776년에 영국의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쓴 <국부론>이 경제학을 독립적인 사회과학으로 태동시켰다. 국부론의 핵심 내용은 사유재산권과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자본주의경제’에서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지고 국가가 번영한다는 것이다. 스미스가 이론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인 서구 국가들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며 선진국이 되었다. 반면에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의 계획적인 자원 배분을 도모하는 ‘사회주의경제’는 소련이 주도하여 처음에 한때는 높은 경제성장을 보였지만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이 누적되어 20세기 말에 붕괴하고 말았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서도 한국은 시장경제를 채택하여 고소득국으로 올라선 데 반해 북한은 사회주의경제를 채택하여 절대적 빈곤의 늪에 빠져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가 만병통치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효율을 우선하는 과정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만연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각자가 생산과정에 참여하여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자본주의경제에서 생산에 기여할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소득을 얻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커지는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이런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지만 정부의 실패라는 또 다른 종류의 비효율성을 낳는다.
공감을 품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색
그동안 효율적이지만 몰인정한 자본주의체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경제학이 좀 더 공정하고 따뜻한 인류 사회 발전의 길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은 일찍이 1890년대에 “경제학도들이여, 냉철한 머리를 갖는 것은 좋다. 그러나 겸하여 따뜻한 마음도 가져라”라고 설파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한 셈이다. 실상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을 내기 17년 전에 쓴 <도덕감정론>에서 도덕적 동감이라는 인간 본성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이를 잘 발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인간 본성 내에 자리 추구적(自利追求적) 욕망 못지않게 내 이웃의 행복도 보살피는 착한 심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이를 자본주의 경제 체제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공평하며 풍요로운 사회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이론을 저자는 본 저서를 통해 학계에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인간의 본성에 이타심과 착한 심성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동서고금의 사상가, 철학자들을 두루 섭렵한다. 이어 현존하는 국내외 민간 부문의 자선단체, 봉사단체, 구조기구, 종교단체 등의 역할과 그들의 기여도를 분석한 다음 현대사회에도 이타주의적 흐름이 도도히 흐른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들의 역할을 중요하다고 인정하면서 더욱 확장시킬 방안을 모색한다. 국가 기구 안에 정부(입법, 사법, 행정)와 시장에 덧붙여 공선부(共善府)를 설치하여 이타주의적 선행이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고 사회복지를 위해 구체적이고 조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준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눈에 띄게 밝고 따뜻한 사회로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문학적 성찰이 돋보이는 제3의 경제 주역 제안
계량적 분석과 수학 방정식이 난무하는 최근 경제학계의 연구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저자의 인문학적이고 어찌 보면 철학적인 경제 현상의 분석 방식은 예외적이라고 하겠다. 이기적인 경쟁만 들어 있는 전통적 자본주의 경제분석모형에 협력과 상생, 겸애(兼愛)와 긍휼(矜恤) -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공감 - 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근래 경제학계에서 보기 드문 시도이자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 인간의 몇 안 되는 고유한 속성이 공감능력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본 저서가 많은 후학들에게 영감을 줄 것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자원 배분과 경제활동에 시장과 정부만 주역으로 등장한다. 공선부나 시민사회를 시장과 정부 못지않은 제3의 주역으로 받아들여 분석해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더욱이 본 저서에서 유 교수는 현재 국내외로 존재하는 선한 민간기구들을 소상히 살펴 보고 공선부의 설치와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낙관적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선부 제도를 실천하는 데에 홍익인간 정신을 강조해 온 한국이 솔선수범하면 어떻겠느냐 라는 한국 출신 학자로서의 대담한 제안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자본주의의 먼 장래를 그려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세대 대표적인 거시경제학자인 저자의 경륜과 비전이 돋보이는 역저다. 일독을 권한다.
안국신
경제학자
중앙대학교 (전) 총장
















